[시론] 포스트 코로나, 민간 역할 확대가 관건

입력 2020-04-22 18:22   수정 2020-04-23 00:13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옛말에 절로 수긍이 간다. 시내 곳곳에 벚꽃이 만발하고 시민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있지만, 이상저온 현상과 맞물려 심리적으로는 겨울의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의 행방이 불분명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번지고 있는 탓이다. 갑갑한 마음에 불만이 커지면서 격리 위반 등 일탈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집단시위까지 등장했지만, 봉쇄정책의 ‘출구전략’은 뚜렷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답답한 시절에도 봄이 오고 꽃이 피듯이, 언젠가는 코로나 사태도 진정될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과연 코로나 이후 세상은 평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계 다국적 금융그룹인 ING는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 대해 “지난 10년간 득세하던 ‘정상화(normalization)’라는 무익한 논쟁을 버려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장기 정체’ 위험과 그에 맞선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등의 정책 대응은, 섣부른 정상화 기대를 접게 하면서, 앞으로도 더욱 공고화할 가능성이 크다.

ING는 예전에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 논쟁과 관련, “뉴노멀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뉴애브노멀(new abnormal·새로운 비정상)’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비정상의 일상화”라는 뉴애브노멀 세상에서는 지금과 같은 감염병 충격과 그에 따른 세계 경제의 ‘셧다운’은 예외나 변칙이 아니라 그저 한 가지 증상이나 일례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특히 ING는 이제 “리스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불확실성의 사고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스크 모델링에 필요한 데이터나 역사적 비교를 넘어서, 다양한 시나리오 설정과 비상계획 수립 등에 필요한 직관과 상상력, 또 연역적 논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케인스의 말처럼 “정확히 틀리기보다는 대충 맞는 게 낫다”는 얘기다.

불확실성과 비정상으로 가득 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아마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경제적·금융적 논리를 넘어서 사회적·환경적·보건적·정치적 의제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감염병 충격에 따른 긴박한 국가 지원 조치는 어느 정도 정리되겠지만, 동시에 필수재의 원활한 공급을 포함해 고용 안정과 경제 및 사회의 지속가능성, 또 공중보건 등과 관련한 이슈들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 혹은 ‘큰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국가중심주의’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민(民)과 관(官)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요구된다. 최근 관심을 끄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은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중요한 것은 새롭게 부각되는 사회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노력이다.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잠재력을 보여 준 스타트업 등 국내 기업과 사회의 기민하고 유연한 대응 그리고 민관의 효율적인 협력은 이런 맥락에서 향후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국제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넥스트노멀(next normal·다음의 정상)’과 관련, 그동안 여러 번 위기를 겪으면서 확인된 아시아 기업과 경제의 유연성에 주목하며 “코로나 사태가 ‘아시아 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지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뛰어난 방역 시스템과 민관의 능동적 협력, 게다가 일본과 중국의 연이은 공급차질에도 의연하게 대처해 온 우리 경제의 유연성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그 선두에 서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봄 같지 않은 봄이라도 희망의 꽃은 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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